080622. 안녕, 충돌

안녕,
안녕이란 말은 그 울림이 좋다. 무탈하고 편안하세요, 라는 뜻보다는 하루하루 영롱하세요, 라는 느낌의 울림이다.

참 오랜 안녕이었다. 그 안녕의 시간 동안 내 일상은 제법 안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일도 없었고, 빛나지도 않았지만, 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창문 너머 손에 닿을 듯한 관악산 어느 작은 풀들도 푸르름을 더했다. '나'를 침범하는 다른 이의 글 읽기를 끊고, '나'를 만들어내는 나의 글 쓰기도 끊고, 그냥 세상에 속한 '나'로 잘 살았다. 그 와중에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고민치 않았으니 그 일상은 충분히 안녕했던 것 같다.

안녕한 시간 중에도 내 안에서 여럿의 '나'가 충돌하기도 했다. 자유롭고 싶은 나와 구속해야 하는 나가 충돌했고, 나에게 충실해야 하는 나와 그대들에게 충실해야 하는 나가 충돌했으며, 부지런한 나와 게으른 나, 정돈되지 않은 나와 편집증적인 나가 충돌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고 어차피 다들 우왕좌왕하던 탓에 사고는 경미했다. 그리고 그 사고를 일일이 기록하고 기억한들, 그 충돌이 끊이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한 가장 큰 충돌은 되고 싶은 나와 본연의 나인데, 사실 아직 이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되고 싶은 나, 라는 것은 아직 그 형체가 없어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고, 어디 그냥 뿌연 안개처럼 서 있다. 되고 싶은 나는 계속 그랬다. 그래서 19살의 되고 싶은 나와 24살의 되고 싶은 나와 30살의 되고 싶은 나와 오늘의 되고 싶은 나는 모두 다른 녀석이었다. 아니, 다른지 같은지도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새삼스레, 충돌이 있지만 별 거 아니야, 라는 것을 되새기고 싶었고, 그 되새김의 시간동안 나는 안녕했다는 것이다.

by zaniface | 2008/06/22 22:44 | 기록 | 트랙백 | 덧글(1)

interview

오래 전에 보았다. 강한 느낌은 없었지만 무언가 좋았다, 라고 기억되던 영화였다. 지금에 다시 보니 이런 저런 장면 반복하는 것이 폼 잡는 거 같고 예전만큼은 감흥 받지 못했지만, 작은 탄성 하나는 흘러나왔다.

# 아... 심은하...

이 영화 대사 중에, 은행잎이 파랄 때엔 아무도 관심 없다가 나이들어서 노랗게 변하면 그 때서야 아름답다 한다고, 아름다운 거엔 좀 처절한 데가 있는 거 같다, 는 말이 있다. 이제 그게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아먹을 정도의 나이는 된 것 같다.

by zaniface | 2008/03/25 20:24 | 상자 | 트랙백 | 덧글(0)

080323. 새 식구 - 봄


이름 : 봄 / 성별 : 여 / 견종 : 애플푸들 / 생일 : 080205 / 입양일 : 080323
- 하남에서 봉천동까지 차 타고 오느라 피곤해서 그런지 집 구경 몇 번 하시고 바로 취침.

by zaniface | 2008/03/23 19:58 | 기록 | 트랙백 | 덧글(9)

080317. 쿨과 평범, quotes, 뾱뾱이

# 쿨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쿨한게 좋은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그래도 그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이 되면 일분일초가 질척댄다. 질척대는 시간을 지나면 어느 순간엔 또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가 평범한건가 질문하면 할 말이 없다. 네 삶이 비범하냐 질문하면 역시 할 말이 없다.

# Quotes
- When we remember we are all mad, the mysteries disappear and life stands explained. - Mark Twain
- When I do good, I feel good; when I do bad, I feel bad, and that is my religion. - Abraham Lincoln
- A witty saying proves nothing. - Voltaire

# 두통이다. 뇌가 흔들흔들거린다. 도리도리 두어번이면 한동안 뇌가 출렁대는데 그게 뼈에 부딪혀서 아프다. 뇌랑 뼈 사이에 뾱뾱이가 다 터졌나보다. 철물점에 가서 달라 그래야겠다.

by zaniface | 2008/03/18 00:16 | 기록 | 트랙백 | 덧글(0)

080314. 화이트데이, 우주의 탄생, 섬

# 화이트데이라고 풍선 장식도 세워놓고 이것도 꾸미고 저것도 꾸며 놓은 건 좋은데, 초콜릿 사겠다고 편의점 앞에 멈춰서는 사람들은 없어. 아줌마, 거기서 괜히 서있지말고 그만 단념하고 들어가. 지금도 가지런한 물건 정리해서 뭐할라고. 서 있어 봐야 안 팔려. 3월이라 해도 밤공기는 쌀쌀하다고. 저기 옆에 뚜레주르 보이지. 저기 얼마나 사람들이 북적거려. 호객 행위하려고 나와 있는 남자 있잖아. 저 사람 마이크는 들고 있지만 사실 별로 하는 일이 없어. 특별한 거 안해도 사람들이 알아서 오거든. 어차피 가게 안에는 손님들 때문에 자리가 없으니까 나와있는거라구. 봐봐, 저기저기 던킨 도너츠 아줌마도 이제 포기하고 들어가잖아. 그러니까 아줌마는 나와있어봐야 안 팔린다니까. 그리고 다음부터 풍선 장식 할 때는 흰 풍선은 쓰지 마. 남부순환로 앞에 풍선 하루종일 놔두면 먼지 끼는 게 당연하잖아. 그거 보고 누가 예쁘다고 그러겠어. 괜히 힘은 힘대로 들이고 손님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 우주는 점점 팽창하고 있다고. 그래서 모든 것은 서로 멀어지고 있다고. 그래서 곰팡이 짙게 선 B102호와 나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은,  따뜻한 603호와 나의 거리도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그 와중에도 곰팡이와 B102호의 거리는 점점 가까와지고 있었다는 것. 곰팡이는 그 자체로 B102호였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 national geography channel에서 우주의 탄생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

# 섬 같은 일상이다.

by zaniface | 2008/03/15 12:11 | 기록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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