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4월 24일
고양이가 갖는 죽음의 무게
발을 곱게 모으고 꼬리를 둥글게 말아넣은 채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다. 살이 조금 오른 고양이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표정은 마치 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구나, 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워 있는 고양이 앞으로 승용차가 다가온다. 승용차는 고양이를 밟을듯 다가오더니 아슬하게 멈추어선다. 사람은 삑삑 소리를 내어 차를 잠구고 고양이 옆을 유유히 지난다. 고양이는 여전히 누워 있다. 나는 고양이 옆을 또한 유유히 지난다. 짧은 탄성, '죽었네!'를 내뱉었을 뿐이다. 몇 시간이 지나 나는 다시 고양이 옆을 지난다. 고양이는 여전히 같은 곳에 같은 표정으로 누워있다. 동행에게 말한다. '저 고양이 죽었어.' 동행은 무서워하며 살짝 몸을 움츠린다. 한참 후에 동행은 내게 물었다. '그 고양이는 누가 치워?' 나는 '글쎄'라고 대답했다.
어둠을 헤매이는 고양이가 갖는 죽음의 무게는 딱 이만큼이다.
어둠을 헤매이는 고양이가 갖는 죽음의 무게는 딱 이만큼이다.
# by | 2005/04/24 13:21 | 트렁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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