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옆에 A가 누워 있었다. 아니,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난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눈 뜬 곳은 커다란 원룸 오피스텔 같은 곳이었는데, 천장은 높았고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내가 누웠던 침대는 새하얀 시트로 덮여져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침대만큼 커다란 하얀색 소파가 있었다. 방 끝에 보이는 주방은 바와 비슷한 분위기였으며 내 키보다 더 큰 영화 포스터 액자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 곳은 분명 내 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꿈 속의 나는 이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 장면은 꿈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눈을 뜬 나는 이 곳이 꿈 속의 공간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실제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누구세요?" 라고 물었어야 정상이겠지만 그 공간 속의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A는 아무런 대답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나는 A를 부르며 달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가지마" 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있어줘" 라고도 말했다. A는 "비켜. 갈래." 라고 말했다. 나는 A에게 키스를 하려 했지만 그녀는 나의 입술을 피했다. "한번만!" 나는 부탁하고 있었다. 나의 간곡한 부탁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는 얼굴을 돌리고야 말았다.

"잘 있어."

A는 문을 열고 나가 나선형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꿈 속에서의 내 집은 2층집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숲이 우거진 커다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나선형의 계단은 정원의 정중앙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계단 끝에는 검은색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검은 색이 유별나게 빛난다. "나는 고급스러운 차야" 라며 뽐내는 듯 보인다. 운전석에는 그녀의 어머니로 생각되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A가 검은 차의 뒷 좌석에 오르자 차는 고급스럽게 움직였다. 나는 2층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윗 옷은 걸치지 않은 채 흰색 바지만을 입고 있었다. 꽤나 처절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매트리스 위에서 눈을 떴다. 작은 방과 낮은 천장. 이제는 정말 현실이다.

흰 침대, 흰 소파와 흰 바지라니. 참으로 이상한 꿈이야, 라고 생각했다.

by _웡_ | 2005/08/16 14:23 | 2005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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