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켠다. 그것이 첫번째 일이다. 오래 전부터 생겨난 습관이다. 아침에 눈을 떠도 인사할 사람이 없을 때부터 생긴 것일테다. 그 때는 여러가지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저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그러나 돌이킬수록 반짝거렸고 그래서 더 아쉬운 나의 이십대가 남긴 습관이다. 딱히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방송의 장점이란 내게 선택권이 없다는 거다. on demand service는 욕구 충족의 매력이 있지만, 사람들은 매순간 선택을 할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게다가 TV 앞에서까지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힘빠지는 일이다. TV를 켜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영상이 흘러나온다. 뉴스 채널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이가 나와서 떠들기 때문에 우연성의 재미가 떨어지지만, 영화 채널은 그 우연의 재미가 좋다. 하루의 처음에 만나는 영화라니, 그럴싸하지 않나. 평일에는 길어야 고작 5분쯤 보다가 출근 준비를 하지만, 하루를 밑그림하기엔 모자르지 않다.

오늘은 무지개여신이었다. 휴가이므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휴가란 건 이래서 좋은 것인가. 라고 생각했다.

by | 2009/08/06 09:37 | 2009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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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09 15: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8/11 08:51
닉 바꾼 거 이제사 보셨군요. ^^ 저도 요샌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가지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지만, 결국엔 덥다 더워, 귀찮다 귀찮아, 를 연발하며 해야 할 일을 가지쳐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chaos at 2009/10/25 17:19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TV를 멀리하고 있지만 가끔 정말 무기력할 때에는 내가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TV들이 그리울 때도 있더라구요.
아참, 저는..아주 오래전에, 네이버에서 포스팅을 하실 때 소소한 인연이 있었는데요.
이글루로 옮기시고 어쩐지 연락이 쭉 끊겼었더랬죠.
오늘 무심코 버려두었던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웡(지금은 뭠.인가요^-^)님의 포스팅이지만 여전하시고, 또 더 깊어지신 것 같네요.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Commented by wong at 2009/12/20 16:35
어딘가 처리가 잘못되어 이 우체국과 저 우체국을 전전하다가 1년쯤 지나서 극적으로 배달된 편지에 답장을 하는 마음으로 답글을 달아요.
이후로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올 때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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