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단련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를 단련하다'를 3주간 읽었다. 제목 때문에 단순 두뇌 개발서인줄 알았더니, 천만의 말씀. 완전 유식한 양반이 완전 유식한 티를 내는 책인데, 내용도 알차고, 그 지식의 폭과 깊이에 종종 감탄이 나온다. 요점을 말하자면, "liberal art가 중요해"이다. '대학에 왔으니 학문을 닦자'는 순진한 생각을 가진 대학생 새내기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만한 책이다. 대학을 어물쩡 스쳐간 일반인에게도 지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학에선 공부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하면 어차피 뭔가 후회하게 되어있다. 공부 안했던 것도 그 때 같이 후회하면 된다.) 이 양반의 책이 집에 몇 권 더 꽂혀 있는데, 마저 꺼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심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에서 강의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이 강의를 들은 학생들, 참 존경스럽다. 내 수준으로는 책 중반부를 읽는 것이 꽤나 힘겨웠다. 폴 발레리의 '테스트 씨와의 하룻밤'이란 책을 두고 데카르트, cogito 등등을 이야기하는데, 도저히 못 알아먹겠는 거다. 난 역시 교양이 부족해,라며 자책하던 중에 다카시는 C.P.Snow의 '두 문화와 과학 혁명(1959)'를 언급하며 이야기의 중심추가 옮겨간다. "문학적 지식인이 한쪽 극에 있고 다른 쪽 극에는 과학자, 특히 그 대표격으로 물리학자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극 사이를 서로간의 몰이해, 때로는 적의와 혐오감이 격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로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일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언급하며 과학자들의 무지를 탓하는 문학적 지식인에게 '열역학 제 2법칙'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모른다. 과학에서의 열역학 법칙은 문학에서의 셰익스피어만큼 기본적인 거다. 그러면서 문학적 지식인만이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은 한편으론 신선했다. - 책의 후반부는 상대성 이론과 패리티 비보존 등에 대해 설을 풀어놓는데, 출신 성분을 속일 순 없는지 그런 내용에서는 흥겹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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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좀 제대로된 포스팅을 하고 싶었으나, 그냥 대충 써버리기로 했다. 사소한 것에는 신경쓰지 말아야지. 그래서 머리에서 튀어나오는대로 글을 쓰고 말았다. 다시 읽어보니 엉망이다. 하지만 참 좋은 책입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엔 뇌 맛사지에 가장 좋은 책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의 하나는, 똑똑한 놈은 어떤 의미로든 재수 없다, 는 거다. 내 생각에 기본이 아닌 걸 자꾸 기본이라잖아.

by | 2009/08/11 16:55 | 2009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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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11 17: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8/12 08:49
심심한 휴가 완전 그립습니다. 한달만 더 빈둥거렸으면 좋겠어요. 사실 일년내내 빈둥거리고 싶어요. 출근하기 싫어요. 흑.
Commented by GoNgo at 2009/08/12 10:07
그래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는,
똑똑한 놈이 그러는게 좀 나은거 아니겠소.

흠, 다른건가? 하나는 웃기는거고, 하나는 재수없는거고. 다른걸지도 모르겠군.

그나저나, 회사 되게 지겹네.
Commented by at 2009/08/13 08:50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면, 그 말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피본다는 게 문제.
- 지겹지만 오늘 하루도 어찌저찌 버텨봅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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